미·이란 갈등 등 공급 불안 속 "단계적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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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전쟁 영향으로 3월 소비자물가가 석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사진=newsis) |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원유 도입선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유광호·이다운·백하은 연구원)이 세계경제포커스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 구조와 이에 따른 과제를 분석했다.
◇ 중동 의존 감소했다가 다시 상승… 중동 의존 이유 “가까워서 싸고 빠르다”
우리나라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70%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82.3%였던 비중은 2021년 59.8%까지 낮아졌으나, 2023년 71.9%로 다시 상승한 뒤 3년 연속 70% 전후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비중은 감소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같은 기간 미국 등 미주 지역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중동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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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동산 원유 의존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로 ‘거리’와 ‘설비’를 꼽았다.
이어 “우선 중동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송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며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수송 단가는 배럴당 1.87달러로, 다른 지역보다 최대 2달러 이상 저렴하다. 운송 기간도 약 20일로 비교적 짧아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정유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맞춰 설계된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국내 정유시설은 중질·고황 원유 처리에 적합한 고도화 설비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다른 원유를 사용할 경우 설비 효율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미-이란 갈등에 공급 차질 “다변화 더 어려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원유 시장 구조 변화도 중동 의존을 강화시켰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미국과 인근 지역으로 공급선을 바꿨고, 중국과 인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중동산 원유 물량이 일부 시장에서 남게 되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오히려 접근성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미-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 등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동 지역에서는 하루 약 10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하루 평균 800만 배럴 수준의 공급 충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는 이를 대체할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브라질 등 일부 국가가 생산을 늘릴 수 있지만, 전체 공급 부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화석연료 투자 감소까지 겹치면서 단기간 내 생산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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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
◇ “지금은 확보, 중장기는 체질 개선”… 협상력 약화 우려 “구조 개선 시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단기·중기·장기로 나눈 단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우선 단기적으로는 경제성보다 공급 안정성 확보가 우선이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확보 가능한 원유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며, 중동 국가와의 협력 강화와 외교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새로운 도입처 발굴과 함께 도입선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원거리 지역에서의 수입 확대를 위해 운송비 지원, 금융·보험 지원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믹스 전환과 정유설비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양한 원유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비 구조를 바꾸고,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원유 수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가격 협상력도 떨어질 수 있다”며 “실제로 중동 산유국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원유 판매 가격을 인상해 왔으며, 의존도가 높을수록 협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분석은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가 여전히 중동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며, 공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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